손으로 쓰는
기록의 장점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 익숙합니다. 더 빠르고, 검색하기 쉽고, 수정도 간단합니다. 그런데도 종이와 펜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손으로 쓰는 느린 속도 자체에 있습니다.
손글씨의 장점은 디지털보다 빠르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손 때문에 무엇을 적을지 고르고,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타이핑은 빠르고 손글씨는 느리다
손글씨의 불편함이 오히려 기록의 특징이 된다
키보드를 사용하면 생각나는 문장을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잘못 적으면 바로 지울 수 있고, 문장을 옮기거나 복사하는 것도 쉽습니다.
손글씨는 다릅니다.
한 글자씩 써야 하고, 지우고 고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많은 양을 빠르게 기록하는 데에는 분명 불리합니다.
바로 그 느림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생각이 손보다 빠르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그대로 적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남길지 자연스럽게 선택해야 합니다.
느리게 쓰면 생각을 선택하게 된다
모든 생각을 옮기는 대신 중요한 것을 골라 적는다
하루 동안 떠오르는 생각은 많습니다.
하지만 종이에 기록하려면 그중 일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건 굳이 적지 않아도 되겠다.”
“이건 기억해두고 싶다.”
“이 말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선택이 글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손글씨는 생각을 모두 받아 적는 방식이라기보다 많은 생각 가운데 남길 것을 골라내는 과정 이 되기 쉽습니다.
손으로 쓰는 동안 생각에 머무는 시간이 생긴다
한 문장을 적는 시간이 짧은 멈춤이 된다
머릿속 생각은 빠르게 다음 생각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한 문장을 손으로 적는 동안에는 방금 떠오른 생각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문장을 쓰다가 표현을 바꾸기도 하고, 단어 하나에서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처음 떠올랐던 생각이 조금 더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생각과 다음 생각 사이에 작은 간격을 만든다.
순탄처절에서 기록은 빠르게 많은 내용을 생산하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 삶에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잠시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그런 목적에는 약간의 느림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종이는 화면보다 방해 요소가 적다
기록하는 동안 다른 행동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열어 기록 앱에 몇 줄을 적으려고 했는데 메시지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알림을 확인하다가 다른 앱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에서도 브라우저, 이메일, 영상, 업무창이 동시에 열려 있을 수 있습니다.
종이에는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펜을 들고 노트를 펼치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쓰고 읽는 것입니다.
종이가 특별해서 집중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록 이외의 행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적기 때문에
기록에 머물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손글씨에는 당시의 상태가 흔적으로 남기도 한다
글씨의 모양과 페이지 자체도 그날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손글씨 기록을 오래 보다 보면 내용 외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글씨가 크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어떤 날은 작은 글씨로 천천히 적혀 있습니다.
급하게 적은 흔적, 중간에 고친 흔적, 밑줄, 여백에 덧붙인 한마디도 남습니다.
그것만으로 당시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텍스트에서는 쉽게 사라지는 기록 당시의 물리적인 흔적이 남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손으로 쓰는 것이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손글씨와 디지털 기록은 서로 다른 장점이 있다
손글씨의 장점을 말한다고 해서 모든 기록을 반드시 종이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기록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내용을 입력하기 쉽고, 검색·복사·수정·보관에 유리합니다.
생각을 고르고, 잠시 멈추고, 한 페이지 안에서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료 수집이나 검색이 필요한 기록은 디지털이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루를 정리하거나 생각을 천천히 꺼내는 시간에는 손글씨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한지를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떤 기록을 하려는지에 따라 도구를 선택하는 것 입니다.
순탄처절에서는 손글씨를 생각을 멈춰 세우는 도구로 본다
예쁜 페이지보다 관찰할 시간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손글씨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이어리를 화려하게 꾸밀 필요는 없습니다.
글씨를 잘 쓸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 색의 펜이나 많은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순탄처절에서 손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페이지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쓴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디에서 멈췄는지, 어떤 상태였는지를 손으로 짧게 남기는 동안 하루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도구는 많이 쓰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시 쓰게 하는 도구다
손글씨가 불편하다면 기록 방식도 단순해야 한다
손으로 기록한다고 하면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야 한다면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종이에 쓰는 기록일수록 짧게 적어도 괜찮습니다.
한 줄, 몇 개의 기호, 짧은 메모만 남겨도 됩니다.
자주 사용하는 노트와 펜 하나면 충분합니다.
매번 긴 문장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기록하려고 할 때 바로 펼칠 수 있도록 둡니다.
모든 기록을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글씨의 장점을 살리려다
기록 자체를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손으로 쓰는 방식 역시 다시 펼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야 합니다.
오늘은 휴대폰 대신 종이에 세 줄만 적어보세요
노트 한 페이지를 준비하고 세 가지를 적습니다.
오늘 실제로 한 일 하나
지금의 상태 한 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생각 하나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하지 말고 수정도 최소화합니다.
다 적은 뒤 바로 노트를 덮지 말고 자신이 쓴 세 줄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세요.
오늘의 목적은 손글씨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동안 생각의 속도를 조금 늦춰보는 것입니다.
빠른 시대에 손글씨가 남아 있는 이유
디지털 도구는 손글씨보다 훨씬 많은 것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쓰는 기록이 효율성만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글씨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한 글자씩 적는 동안 무엇을 남길지 선택하고, 자신의 생각에 잠시 머물며, 화면의 다른 자극에서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록은 항상 빠를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기록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자신의 삶을 더 선명하게 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적는 데 있지 않다.
조금 천천히 쓰면서 무엇을 남길지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